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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SUNO 노래와 단편소설

[단편 소설&음악] 孤独の女王 (Queen of Solitude)

"발소리가 너무 큽니다."

뒤따르던 기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나는 대답 대신 턱 끝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거대한 짐승의 갈비뼈처럼 부러진 석조 기둥 사이로, 창백한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여기서 날 꾸짖을 수 있는 건 이제 먼지뿐이야, 카시안."


나는 일부러 구두 뒤축을 바닥에 강하게 찍으며 걸음을 옮겼다. 또각, 또각. 폐허가 된 홀의 적막을 찢는 소리가 유쾌하게 울렸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시선이 바닥에 멈췄다. 먼지와 잔해 속에 반쯤 파묻힌 왕실 문장 조각이 보였다. 독수리의 날개는 꺾였고, 왕관은 반쪽이 날아가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 바스락. 돌가루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폐하!"

카시안이 기겁하며 내 앞을 막으려 했다. 그의 갑옷이 달그락거리는 소음을 냈다.

"비켜. 죽은 것은 죽은 대접을 해줘야지."

"그건... 선왕의 유산입니다."

"아니, 그건 내 발에 걸리적거리는 돌덩이일 뿐이야."

나는 복도 한가운데 멈춰 섰다. 갑자기 한기가 들이닥쳤다. 얇은 드레스 위로 돋아난 소름을 감추려 양팔로 내 몸을 감싸 안았다.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내 어깨선을 따라 희미하게 번졌다. 웃음도 나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눈물이 흐르지도 않는 기묘한 공허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춥습니까?"

"아니. 그냥... 너무 조용해서."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알현실로 들어섰다. 지붕이 날아간 덕분에, 텅 빈 옥좌 위로 별빛이 먼지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그 낡고 화려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딱딱한 등받이가 등에 닿자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부서진 창틈으로 들어온 빛줄기 속에서 먼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카시안은 차마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어둠 속에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이 광활하고 파괴된 공간 속에서 나는 먼지 알갱이보다 작게 느껴졌다.

"어울리십니까?"

내가 물었다.

"......"

"대답해. 이 폐허의 주인으로 내가 어울리냐고."

"슬퍼 보이십니다."

 


그의 짧은 대답에 나는 고개를 돌려 어둠을 응시했다. 눈앞의 풍경은 처참했다. 하지만 내 눈동자에 비친 것은 단순한 폐허가 아니었다. 

"슬픔이라."

나는 옥좌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끝을 찔렀다.

"이건 슬픔이 아니야, 카시안. 이건 안도감이지."

나는 고개를 들어 뻥 뚫린 천장 너머를 올려다보았다. 프레임의 구석에 걸린 달이 시리도록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잔해 속에 파묻힌 이 작은 의자가, 세상 그 어떤 곳보다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더 잃을 것도 없잖아."


내 시선은 옥좌 너머, 어둠이 듬성듬성 파먹은 홀의 바닥으로 향했다. 초점이 맞지 않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놈들의 흔적은 명확했다. 붉게 녹슨 갑옷 더미, 주인을 잃고 나뒹구는 창날들. 한때는 충성심으로 무장하고 이 홀을 가득 메웠을 병사들이 이제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처럼 보였다.

"치워야겠지?"

내가 중얼거렸다.

"예?"

"아니, 그냥 둬. 저게 내 마지막 백성들이잖아."

나는 씁쓸함을 삼키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나와 저 죽음의 현장 사이에는 좁혀질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희망이 불타버린 자리엔 재만 남는 법이다.

별빛마저 희미해졌다. 천장의 구멍으로 쏟아지던 빛이 사그라들자, 방은 더 깊은 수렁 속으로 가라앉았다. 어둠이 마치 검은 망토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조각상처럼 굳어 있었다.

"어둡습니다, 폐하. 횃불을..."

"놔두거라."

내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이 어둠이 나를 보호해주고 있어. 빛 아래 드러나는 건 상처뿐이니."


카시안은 투구 속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순간, 세상이 기울어지는 듯한 현기증이 일었다. 무너져 내린 천장의 아치가 금방이라도 내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멸망한 왕국의 무게가, 이 거대한 돌덩이들이 나를 짓눌러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옥좌의 팔걸이를 꽉 쥐었다.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폐하?"

카시안이 불안한 듯 한 발짝 다가왔다.

"오지 마."

나는 날 선 목소리로 그를 제지했다. 얼굴 위로 날카로운 그림자가 사선으로 그어졌다.

"가까이 오면... 내가 정말로 무너져버릴 것 같으니까."

내 시선은 무릎 위에 놓인 양손으로 떨어졌다.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옥좌의 차가운 돌 모서리를 타고 하얀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마치 시간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거칠어진 드레스 자락과 얼음장 같은 돌의 질감이 손바닥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졌다. 뼛속까지 시린 냉기였다.

"손이 차갑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카시안이 무릎을 꿇고 내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려 했다. 나는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하지만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카시안."

"예."

"지금 내 머리 위에 뭐가 보이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한 줄기 달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나를, 오직 나만을 비추고 있었다. 주변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테지."

나는 고개를 들어 어둠 속에 숨은 그를, 그리고 보이지 않는 관객들을 꿰뚫듯 노려보았다.

"이게 바로 고독이라는 왕관이야.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무겁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으려 애썼지만, 시야가 물기로 일렁였다. 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다.


"어때? 꽤 근사한 결말이지 않아?"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과 달리, 내 입가에는 비틀린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절망을 씹어 삼킨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지독하게 아이러니한 웃음이었다.

"......잔인하십니다."

카시안의 목소리가 물기에 젖어 있었다.

조명이 서서히 꺼져갔다. 어둠이 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끝까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몰락이자, 유일한 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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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独の女王 (Queen of Solit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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