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목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다.
"야, 놓치겠어! 꽉 잡아!"
앞서가는 녀석의 목소리는 거대한 앰프가 뿜어내는 베이스 소리에 짓눌려 웅웅거리는 진동으로만 전해졌다. 시야가 온통 일렉트릭 블루와 마젠타 빛깔로 뭉개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앞으로 끌려갔다. 땀 냄새, 달착지근한 칵테일 향, 그리고 수백 명의 열기가 뒤섞인 덥고 습한 공기가 폐부로 훅 끼쳐 들어왔다. 어깨가 타인들의 축축한 팔뚝과 거칠게 부딪쳤지만, 사과할 틈도, 통증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저 이 거대한 인파의 흐름에 휩쓸려가지 않으려, 내 손목을 으스러져라 쥐고 있는 저 악력에 매달릴 뿐이었다.
번쩍.
시야가 하얗게 멀었다가, 다시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다. 스트로브 조명이 기관총처럼 터지며 세상의 움직임을 뚝뚝 끊어놓았다.
"뭐라고?"
내가 소리쳤지만 내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때, 녀석의 그림자가 훅 다가왔다. 젖은 머리카락 끝이 내 뺨을 스쳤다. 귀 바로 옆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머리 굴리지 말라고! 그냥 이 비트에 몸을 맡겨!"
녀석이 내 귓가에 고함을 질렀다. 고막이 얼얼했다. 녀석의 눈동자가 번쩍이는 섬광 속에서 짐승처럼 빛났다. 그 눈빛은 질문이 아니라 명령을 담고 있었다. 생각은 멈추고, 본능만 남겨두라는 듯한.
치이익—!
무대 아래에서 압축된 공기가 터져 나오며 분홍색과 보라색 연기가 우리를 덮쳤다. 시야가 몽환적인 안개로 가득 찼다. 매캐하면서도 달콤한 연기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바람에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입술에 달라붙었지만 떼어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하하하! 꼴 좀 봐라!"
"너나 잘해!"
우리는 서로의 헝클어진 꼴을 보며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안개 사이를 뚫고 들어온 조명이 녀석의 웃는 얼굴을 비현실적으로 비췄다.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울컥 치솟았다.

쿵. 쿵. 쿵. 쿵.
심장 박동이 스피커의 리듬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세상이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아니, 내가 기울어진 건가. 레이저 불빛이 허공을 날카롭게 베어냈고, 우리는 그 아래서 짐승처럼 뛰었다. 티셔츠는 이미 땀으로 젖어 등에 달라붙었다. 움직일 때마다 옷감이 물결치듯 피부를 스쳤다.
"더! 더 미친 듯이!"
녀석이 팔을 휘저으며 소리쳤다. 이마에서 흐른 땀방울이 클럽의 화려한 조명을 받아 보석처럼 부서져 내렸다. 내 다리도 제멋대로 움직였다. 발바닥에서부터 전율이 타고 올라왔다.
시선을 아래로 떨꿨다. 바닥은 난장판이었다.
바스락. 툭.
내 스니커즈가 금색 색종이와 반짝이 가루가 뒤범벅된 바닥을 짓이겼다. 밟을 때마다 미세하게 미끄러지는 감각. 바닥은 거울처럼 번들거려, 천장에서 쏟아지는 조명과 우리의 춤추는 다리를 어지럽게 반사했다. 초점이 흐려졌다. 오직 발끝의 감각만이 선명했다.
그 순간, 녀석이 내 손을 다시 낚아챘다.

"이쪽이야."
녀석이 내 허리를 감싸 안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세상이 팽이처럼 돌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싼 군중들의 얼굴이 뭉개져 하나의 거대한 회색 벽이 되었다. 소음이 멀어졌다. 오직 우리 둘만이 이 태풍의 눈 속에 남겨진 것 같았다. 천장에서 내리꽂힌 핀 조명 하나가 우리 머리 위로 떨어졌다.
어둠 속에 고립된 하얀 빛의 원.
녀석이 나를 돌렸다. 핑그르르. 세상이, 아니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녀석의 얼굴은 역광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맞잡은 손의 온기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시각이 차단되자 청각이 예리하게 벼려졌다. 쿵, 쿵, 쿵. 베이스 리듬이 갈비뼈를 직접 두드리는 것 같았다. 감은 눈꺼풀 위로 금색과 청록색의 빛 잔상이 어지럽게 번졌다. 턱선을 타고 미지근한 땀방울이 흘러내려 쇄골 웅덩이에 고였다.
"야, 숨 쉬어. 기절하겠다."
툭. 거친 손길이 내 어깨를 쳤다. 번쩍 눈을 떴다.
순간 조명이 핏빛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바뀌며 무거운 그림자가 우리 사이를 갈랐다. 네온사인의 붉은 잔상이 녀석의 까만 눈동자 안에서 일렁였다.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은 초점이 나간 배경처럼 흐릿하게 뭉개졌다. 오직 녀석의 시선만이 뚜렷하게 나를 붙들고 있었다.

"안 놓쳤네."
녀석이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땀에 젖은 앞머리가 눈를 찔렀는지 고개를 까딱였다.
"누굴 길치로 아나."
"글쎄, 눈 풀린 거 보면 딱 미아 될 상인데."
나는 대꾸하는 대신 숨을 크게 들이켰다. 달아오른 공기가 목구멍을 긁고 지나갔다. 인파의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시야를 비현실적으로 왜곡시켰다. 수백 명의 타인이 스쳐 지나갔지만, 녀석만이 이 혼돈 속의 유일한 이정표처럼 서 있었다.
그때, 천장에서 하얀 종이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준비됐지?"
녀석이 장난스럽게 웃더니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뭐, 잠깐, 으악!"

몸이 팽이처럼 돌았다. 세상이 빛의 줄기로 변해 가로로 길게 늘어졌다. 치맛자락이 원을 그리며 허공으로 퍼져 나갔다.
파바박!
사이키 조명이 터지며 우리의 움직임을 수십 장의 정지 사진처럼 조각냈다.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 흩날리는 머리카락, 허공에 붕 뜬 내 발. 모든 것이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어지러움보다는 짜릿한 부유감이 전신을 감쌌다.
"더! 더 빨리!"
내가 소리치자 녀석이 화답하듯 속도를 높였다.
콰아아앙!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무대 뒤편에서 거대한 백색 조명 벽이 폭발하듯 켜졌다. 눈이 멀 것처럼 강렬한 빛이 쏟아졌다. 수천 개의 반짝이 가루가 허공에서 터져 나왔다. 녀석은 역광을 받아 검은 실루엣이 되어 있었다. 그 검은 형체가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주저 없이 그 손을 향해 팔을 뻗었다. 빛과 소음이, 그 압도적인 질감이 우리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엔 웅성거림만이 남았다.
화려했던 조명은 이제 먼 곳에서 부드러운 빛망울이 되어 어른거렸다. 격렬했던 춤의 여파로 폐가 찢어질 듯 들썩였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찰나, 녀석이 다가와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툭 기댔다.
"하아... 하아..."
서로의 거친 숨소리가 섞였다. 녀석의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진 물기가 내 콧등을 적셨다. 뜨겁고 축축한 열기가 좁은 틈 사이를 메웠다.
"살아있냐?"
녀석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평소의 장난기는 사라지고, 바닥까지 드러낸 날것의 음성이었다.
"어. 덕분에."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녀석의 체온에 무게를 실었다. 쿵, 쿵. 맞닿은 이마를 통해 녀석의 심장 박동이, 혹은 내 심장 소리가 전해져 왔다. 더 이상 음악은 들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리듬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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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itter On The F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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