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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음악] 選ばれない

폐 속에서 쇠 맛이 났다.

거친 숨소리가 텅 빈 연습실의 적막을 찢고 거울 벽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낡은 나무 바닥은 내 발이 닿을 때마다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고, 머리 위 형광등은 웅웅거리며 신경을 긁었다. 나는 무릎을 짚은 채 고개를 들었다. 땀에 젖어 얼굴에 들러붙은 머리카락 사이로, 거울 속에 갇힌 내가 보였다. 회색 티셔츠는 땀으로 검게 물들어 있었고, 눈동자는 풀려 있었다.

그때, 반쯤 열린 문틈으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안 가고 뭐 하냐."

김 실장이었다. 그는 문틀에 삐딱하게 기대어 서 있었다. 역광을 받은 그의 얼굴은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특유의 건조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나는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으며 헝클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연습... 좀 더 하려고요."
"지금이 몇 시인 줄은 알고?"

그는 손목시계를 툭툭 쳤다. 나는 대답 대신 바닥에 놓인 내 휴대폰으로 시선을 떨꿨다. 액정 위로 땀방울 하나가 톡, 하고 떨어져 퍼졌다. 파란 불빛이 멍하니 켜져 있었다.

"보셨잖아요."
"뭐를."
"톡이요. 읽음 표시는 사라졌는데, 답장이 없으셔서."


내 목소리가 끝에서 살짝 떨렸다. 김 실장은 천천히 연습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또각, 또각. 구두 굽 소리가 내 심장 박동보다 느리게 울렸다.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낡은 연습 일지를 발끝으로 툭 건드렸다. 너덜너덜해진 종이 틈으로 붉은 X표가 쳐진 달력이 보였다.

"글쎄다."

그가 쭈그리고 앉아 일지를 집어 들었다. 볼펜 자국으로 꾹꾹 눌러쓴, 지우고 다시 쓴 흔적들이 그의 손끝에 닿았다.

"이런 거 쓴다고 데뷔가 빨라지면, 여기 있는 애들 다 작가 시켰지."
"제 노력 기록이에요."
"노력은 과정이고, 우리는 결과를 파는 사람들이야. 윤서야."

그는 일지를 바닥에 툭 던졌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민지 기사는 봤니?"

올 것이 왔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손톱을 물어뜯던 버릇이 도져 손끝이 따끔거렸다. 거울 벽 한구석에 놓인 태블릿 PC 화면에는 여전히 그 기사가 떠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민지의 얼굴. 나와 같은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지만, 나보다 3년이나 늦게 들어왔던 아이.

"봤어요."
"잘 나왔더라. 컨셉도 좋고."
"......"
"걔가 너보다 춤을 잘 춰서 먼저 나간 것 같니?"

나는 고개를 확 들었다. 목구멍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 뭔데요? 제가 걔보다 연습 시간이 부족해요? 아니면 살을 덜 뺐어요? 저, 이번 달에도 3키로 더 뺐어요. 생리도 안 해요, 이제."
"독기."

김 실장은 짧게 잘라 말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다 말고, 이곳이 연습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 다시 집어넣었다.

"넌 너무 간절해. 그래서 보는 사람이 숨이 막혀. 무대 위에서 즐기는 게 아니라, 마치 형벌 받는 사람처럼 춤을 춘다고."
"즐거워서 추는 거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문제라는 거야."

그는 차갑게 쏘아붙이고는 몸을 돌렸다.

"오늘은 그만하고 들어가라. 땀 냄새 쩐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다시 정적. 나는 멍하니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보다가, 홀린 듯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 속 채팅창에는 여전히 내 독백만 가득했다. 그리고 시선은 다시 태블릿으로 향했다. 민지의 환한 미소가 형광등 불빛 아래서 비현실적으로 반짝였다. 화려한 색감의 기사 사진과 흑백 영화처럼 칙칙한 이 연습실의 풍경이 잔인하게 대비되었다.

"숨이 막힌다고..."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가 낯설게 갈라졌다.

나는 비틀거리며 다시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음악을 틀었다. 쿵, 쿵, 쿵. 베이스가 바닥을 타고 올라와 심장을 때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 김 실장의 말이, 민지의 웃음이, 답장 없는 휴대폰 화면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나는 몸을 던졌다. 팔을 허공으로 휘두르고, 발을 구르고, 고개를 젖혔다. 머리카락이 채찍처럼 공기를 갈랐다.

보여줄 거야. 아니, 봐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거울 속에 비친 수십 명의 내가 동시에 튀어 올랐다. 조명이 땀방울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나는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모를 표정으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차가운 플라스틱이 귓바퀴를 파고들었다. 하얀 줄이 링거 튜브처럼 뺨을 타고 내려와 내 명치께에서 덜렁거렸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세상의 소음이 물속에 잠긴 듯 먹먹해졌다. 나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눈가는 말라 있었지만, 뺨 위로 지나간 눈물 자국이 굳어 피부를 당겼다.

그때, 음악 사이를 비집고 벨 소리가 울렸다. '엄마'였다.

"……여보세요."

"윤서니? 아직 연습실이야?"

수화기 너머 엄마의 목소리는 밥솥 증기처럼 따뜻하고, 그래서 견디기 힘들었다.

"응. 이제 가려고."
"목소리가 왜 그래. 또 밥 굶고 그러는 거 아니지? 김치찌개 해놨는데, 새벽에라도 와서 먹어."
"먹었어, 밥. 걱정 좀 하지 마."

나는 거짓말을 뱉으며 고개를 돌려 전신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 실제의 나보다 창백하고, 어딘가 뒤틀린 형상. 땀에 젖어 달라붙은 옷은 수의(壽衣) 같았고, 푹 꺼진 눈은 유령처럼 퀭했다.

"윤서야, 그리고…… 아까 TV 보니까 민지 나오더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
"참 예쁘게 나오대. 걔가 너랑 제일 친했잖아. 연락은 좀 해봤어?"
"했어. 바쁜가 봐."
"그래, 갓 데뷔해서 정신없겠지.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우리 딸이 춤은 더 잘 추잖아. 그렇지?"

엄마의 응원은 때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폐부를 찔렀다. 거울 속 유령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곧 될 거야.' 그 희망 고문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고, 동시에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엄마, 나 연습 다시 해야 돼. 끊을게."
"어? 윤서야, 너무 무리하지 말고……."

통화를 끊어버렸다. 정적이 다시 밀려오기 전에 나는 음악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

귀가 찢어질 듯한 비트가 뇌를 강타했다. 나는 연습실 중앙, 테이프로 표시된 엑스 자 위에 섰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방. 하지만 내 눈앞에는 가상의 관중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있었다.

"봐. 똑똑히 보라고."

나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발을 구르고, 회전하고, 다시 뛰어올랐다. 넓은 연습실의 어둠이 무대 아래의 객석처럼 느껴졌다. 손끝이 떨릴 정도로 힘을 주어 동작을 이어갔다. 관절이 비명을 지르고 근육이 타오르는 고통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나는 유령이 아니라고, 여기 이렇게 숨 쉬고 있다고 온몸으로 절규했다.

\


음악이 뚝 끊겼다.

나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대자로 뻗은 내 위로 형광등 불빛이 쏟아졌다. 박수 소리는 없었다.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침묵이 내 가슴을 짓눌렀다. 들이마시는 숨마다 쇳가루 냄새가 났다. 등 뒤로 차가운 마룻바닥의 냉기가 스며들었다.

"하아…… 하아……."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았다. 차가운 액정을 가슴팍에 가져다 댔다. 화면을 켤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확인해야 했다.

파르스름한 불빛이 어둠 속에서 켜졌다. 내 얼굴을 시체처럼 푸르게 비췄다.

[민지야, 데뷔 축하해. 방송 잘 봤어.]

오후에 보낸 메시지 옆, 숫자 '1'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 밑으로 답장은 없었다.

"읽었잖아……."

목구멍에서 젖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화면의 불빛이 흐릿하게 번졌다. 읽음. 그 두 글자가 나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바쁜 게 아니었다. 나는 이제 그녀에게 답장할 가치조차 없는, 과거의 사람이 된 것이다. 휴대폰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가슴에 댄 휴대폰이 심장 박동에 맞춰 진동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비틀거하며 몸을 일으켰다. 연습실 불을 껐다.

"……"

어둠이 순식간에 공간을 집어삼켰다. 복도에서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이 내 등을 비췄지만, 나는 그 빛을 등지고 있었다. 문틀에 기대어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연습실. 그곳에 내 청춘을, 아니 내 영혼의 조각들을 흘리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나는 짐승처럼 낮은 숨을 토해내며, 그림자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관 뚜껑이 닫히는 소리처럼 무겁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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